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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지은이)의 말
섞이자.
말은,
한 인간의 말은 아주 순수하고도 순수하니
순수한 제 말만이 있다, 라는 철조망을 넘어버리자.
조금이라도 벗어나자.
스민 말들이 짜놓은
세계의 양탄자 위에 미끄럼틀을 놓고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자, 야호!
다시 내려오자, 야호!
우리가 순수한 말이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자유롭다면
어떤 경계는 풀려 말은 우리로부터 자유로우리.
우리도 말에게서 자유로우리.
어떤 말도 순수 혈통이 아니며 단일하지 않으며
우리에게는 지킬 말이 있는 게 아니라
경계를 열어 받아들일 말만이 있으리.
낯선 말들을 받아들이자.
섞이자.
2013년 가을
허수경
목차
작가의 말 4
1부
발터 벤야민이 꾼 꿈 이야기 11
왜 ‘분노하라’인가? 15
알레포 알레포 19
잊혀진 전쟁과 자본주의의 어떤 불길한 표정 25
고골의 「외투」를 읽는 2012년 12월 31
한 시대에 대한 ‘농담’ 39
백 밀리언 유로 남자 45
선택할 수 없는 것들 51
상징의 여러 얼굴 55
수염을 단 여성 61
2부
‘수메르 문명’이라는 것 69
외국에서의 꿈, 혹은 산책 73
흑백사진 한 장 83
인천공항의 추어탕 89
이야기를 쓰는 마음, 읽는 마음 93
손삽 97
어느 날의 시작 메모 103
시인됨의 곤욕을 함께 이끌면서 107
새 이웃 113
바쿠는 오늘도 오지 않고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