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삼일포 Snow Falling on Samilpo by Kim Yeon-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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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 $35.00
Now: $25.20
ISBN:
9791141619992
저자/Author:
김연수
출판사/Publisher:
문학동네
출판사/Publisher:
2026.10.02
쪽수/Page:
296

Product Overview

당신이 믿지 않는 것, 그것을 믿어보는 무모함
멀게만 느껴지는 내일, 그것을 미리 꿈꾸는 용기
더욱 다채로워진 색채로 다시 만나는 김연수의 세상

특유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삶에 대한 폭넓은 통찰을 보여주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김연수의 신작 소설집 『눈 내리는 삼일포』를 문학동네에서 펴낸다. 이번 소설집은 『이토록 평범한 미래』(문학동네, 2022) 이후 4년 만에 묶어내는 일곱번째 소설집으로, 한층 스펙트럼이 넓어진 9편의 소설이 실렸다. 조선 후기 화가 심사정의 그림에 대한 가상의 일화를 담아내어 작가 특유의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낸 소설(「눈 내리는 삼일포」)부터 야구와 서커스, 판소리 등 서로 멀어 보이는 키워드를 자연스레 꿰어나가며 우리 인생의 목격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임을 울림 있는 목소리로 전하는 이야기(「우리 인생의 목격자」), 그리고 자신의 육체를 버리고 정신을 ‘업로드’하길 택한 손녀를 찾아가는 할아버지의 여정을 다룬 소설(「동풍이 어디로 흩어지는지」)처럼 근미래를 배경으로 섬세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이야기까지, 이번 소설집에서 김연수는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소재를 아우른다. 그와 더불어 김연수는 창작자로서의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예술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예술에 효용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끝없는 질문을 통해 어렵게 얻은 대답이 이번 소설집에 실려 있다.

『눈 내리는 삼일포』에는 특별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다. 김연수는 2년 전 여름, 서촌의 한 식당에서 열린 모임에서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만든 동명의 그림책 『눈 내리는 삼일포』를 만나게 된다. 그림책 『눈 내리는 삼일포』는 조선 후기 화가 심사정의 그림 〈고성삼일포도〉에서 출발한다. 간송미술관에서 보관을 하던 중 좀이 스는 바람에 그림에 구멍이 났고 그 구멍들을 보고 이수지 작가는 눈 내리는 풍경을 떠올려 그것을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이수지 작가가 식당에 모인 사람들에게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여주는 동안, 김연수는 생각했다. “그림책을 끝까지 보기도 전에 뭔가 쓰고 싶”(「작가의 말」)었다고. 그렇게 〈고성삼일포도〉에 관한 가상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눈 내리는 삼일포」가 탄생했다. 「눈 내리는 삼일포」에는 이번 소설집에 실린 다른 소설들을 아우르는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표제작으로 결정되었고, 자연스럽게 이수지 작가가 이 소설집을 감싸는 표지 일러스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공연창작자 이자람이 노래하는 듯한 특유의 목소리를 담아 『눈 내리는 삼일포』에 대한 감상을 우리에게 전하며 이번 책은 마치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여러 창작자들이 한 무대에 선 듯 입체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거든요.”(「조금 뒤의 세계」) 김연수는 마치 우리에게 긴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를 마친 사람처럼 목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무언가를 듣고 있다고 인식하기도 전에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멜로디처럼, 김연수의 소설은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의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유리컵 몇 개를 떨어뜨렸다. 컵들은 서로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다. 그 순간 나는 중심을 잃고 오른발로 깨진 유릿조각을 밟았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상처를 꿰맸다. 이틀에 한 번꼴로 병원을 다니며 검진과 소독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세상을 불태울 것처럼 뜨겁던 여름의 열기는 조금씩 누그러졌다. 가뭄을 걱정하던 남부 지방의 메마른 땅으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나는 자주 뭔가를 영영 잃어버린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는 동안 상처는 조금씩 회복했다. 병원을 다닌 지 이 주가 되자 의사는 내게 그만 와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내게서 뭔가를 뺏어가고 또 뭔가를 주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시간이 내게서 뭔가를 빼앗아갈 때는 얼마나 잔인했는지. 그러나 뭔가를 줄 때는 또 얼마나 다정했는지.
앞으로도 나는 그렇게 울고 또 웃으리라.
살아 있는 한, 나는 시간의 여행자니까. _‘작가의 말’에서

어지럽다
내가 걸어가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소설들 사이를 헤매인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문득문득
온통 새하얀 어느 자연인지 정신의 속인지 알 수 없는
공간인지 시간인지의 한가운데 덩그러니, 말 그대로 참 쓸쓸하게 덩그러니 서 있게 될 것 같은 이야기들이 거미줄처럼 서로를 겨우겨우 잇고 있다
겨우겨우 줄을 잇고 있는 점들, 그 점들의 아슬아슬한 소중함이
너무 애틋하다
그래, 참으로 애틋한 이야기들이다
죽었다, 죽였다, 죽는다, 죽이자는 이야기가 쉬이 지면에 올라오는 이 종말의 시대 속에서
무겁고 애틋한 마음을 안고 시간을 가로지르느라 애쓰는 우리의 지친 마음
그 옆으로 가만가만 다가와 앉아
앞다투어 나오느라 두서없이 넘어질 말들을
지그시 기다려주는 아홉 개의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 옆에 앉아 여러 갈래의 이명 같은 침묵 속에서
새로운 종류의 안도감을 얻었다 _이자람(공연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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