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 Overview
안락함 대신 ‘자유’를 택한 연인, 탈주 대신 ‘의무’를 택한 죄수.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삶을 택한 이들은 과연 실패자인가
"If I Forget Thee, Jerusalem"
「야생 종려나무」와 「노인」은 시대도 계층도 상황도 전혀 다른 두 남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전혀 연관성 없는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결말에서 두 사람은 감옥이라는 공통의 장소에서 만난다. 이들은 ‘결국 패배할 걸 알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따른’ 결과 감옥에 갇힌다. 윌본은 관습에서 벗어난 사랑을 선택하고, 키 큰 죄수는 선행 혹은 인간적인 의무를 선택한다. 이들의 선택은 삶의 실패인가. 존재를 건 행위인가.
「야생 종려나무」는 유부녀인 샬럿과 젊은 의사 인턴인 해리 윌본의 불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샬럿 남편의 마지못한 동의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고, 경제적 궁핍과 실직, 희망 없는 불안에 시달리며 시카고, 위스콘신주의 시골, 유타주의 탄광 등지를 떠돌다 미시시피 해안에 정착한다. 「노인」은 십 대 시절 여자친구를 위해 기차 강도 행각을 벌이다 잡혀 십오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키 큰 죄수’라는 이름 없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감옥 주변의 지역에 큰 홍수가 발생하고, 시민들을 구출하는 작업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키 큰 죄수는 임신한 여자를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표류의 여정을 함께한다.
『야생 종려나무』의 부제인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은 원래 포크너가 직접 선택했던 소설 제목이었다. 이 표현은 성경 구약의 시편 137편에서 따온 것으로, 유대인들이 낯선 땅 바빌론에서 예루살렘을 그리워하며 부른 애가(哀歌)의 일부이다. 포크너가 이 구절을 제목으로 선정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성경 구절에 내포된 상실의 아픔과 유배의 고통, 그리고 과거에 대한 기억은 「노인」과 「야생 종려나무」를 동시에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이자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심상이며, 따라서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은 두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로 통합하려는 작가의 노력을 상징하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1949년 스웨덴 한림원은 윌리엄 포크너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그 이유를 “강력하면서도 예술적으로 비할 바 없이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 미국 소설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술적으로 비할 바 없이 독특하다.’라는 평가는 포크너의 작품 세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자 그를 동시대 작가들과 구분 짓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포크너의 예술적 독특함은 그가 시도한 대담한 언어적 실험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포크너가 집필한 작품 대부분은 의식의 흐름, 선형적 시간성으로부터의 탈피, 파격적이고 현란한 문장, 다중 화자와 같은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전통적인 소설의 서사 형식을 넘어서는 문학의 가능성을 타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