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학원 1 American Ha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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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7903877
저자/Author:
이민진, 정소영 번역
출판사/Publisher:
현대문학
출판일/Publication Date:
2026.10.14
쪽수/Page:
588

Product Overview

 

 

『파친코』 이후 10여 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전 세계 한국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가장 근원적인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작가의 오랜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 답으로 작가는 한국인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인 ‘교육’과 그 중심에 있는 ‘학원’에 주목했다. 물려받은 재산이나 기댈 언덕 없는 대다수 평범한 이들에게 교육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가족의 미래를 담보하는 유일한 안전망이자 수단이다. 그렇기에 ‘학원’이라는 공간은 입시를 위한 장소를 넘어, 성공을 향한 열망과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한국적 부모애가 응축된 상징적인 무대로 기능한다. 작가는 교육을 향한 뜨거운 집념이 어떻게 한국인을 움직이고, 때로는 상처 입히며, 끝내 그들을 생존하게 하는지를 치밀한 서사로 풀어냈다. 초기에는 교육에 관한 콤팩트한 소설을 구상했으나, 10년간의 치열한 취재와 집필을 거치며 삶과 지혜의 통찰, 그 사유의 깊이로 끌어올린 대작으로 00완성했다.
작품의 배경은 1990년대 대한민국 사교육의 성지인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출발하여 호주 시드니와 미국 캘리포니아 한인 사회로 이어진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을 번번이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장소와 시대를 넘나드는 역경 속에서 ‘학원’은 한국 특유의 사교육 기관을 넘어 한인 디아스포라의 삶이 집약된 공간으로 확장된다.
해외 평단에서도 이 작품이 지닌 서사적 완성도에 찬사를 보냈다. 《뉴욕 타임스》는 “통속적인 재미와 웅장한 서사를 모두 갖춘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 평했으며, 《커커스리뷰》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매체들 또한 “거장 이민진이 건네는 문학적 지혜와 거대한 울림. 작가의 깊은 통찰은 독자에게 커다란 선물이다” “성공을 위한 경쟁과 도덕적 소명 사이의 진지한 탐구”라는 호평을 쏟아냈다. 여기에 “빛나는 디테일로 가득 찬 압도적인 파노라마”(콜럼 토빈) “더 나은 삶을 향한 꿈을 다룬 가장 깊고 인간적인 작품”(더글러스 스튜어트)이라는 동료 작가들의 찬사가 더해지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전 세계 동시 출간으로 공개되는 이번 신작에서 이민진 작가는 특유의 윤리적 명징함과 인간 본성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으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넘어 세계 현대문학사에 굵직한 궤적을 남길 또 하나의 클래식을 탄생시켰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제가 이 책을 붙잡고 있게 만든 진짜 힘은 ‘교육과 지혜’, 그리고 ‘어떻게 해야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지혜란 어느 학교를 나왔고 누구를, 무엇을 알고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작가 인터뷰에서

욕망과 희생, 갈등과 연대가 교차하는 ‘학원’…
오직 자식의 미래에 모든 것을 걸었던 한 가족의 뜨거운 대서사

“디아스포라의 삶과 역사의 그늘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스릴러처럼 몰입하게 만드는 이민진 작가만의 압도적 재능!” -뉴요커

1992년, 존과 헬렌 부부는 세 아이—보, DH, 미도—와 함께 호주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돌아와 대치동에 정착한다. 그러나 존의 오랜 친구이자 직장 상사인 신태헌의 치명적인 스캔들과 판단 착오, 그리고 1997년 한국을 엄습한 IMF 외환위기는 안정적이던 고씨 가족을 가파른 추락의 수렁으로 몰아넣는다. 절박한 생존의 기로에서 가족은 시드니를 거쳐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로 다시 이주하고, 부모의 학력과 경력이 무용지물이 된 낯선 땅에서 오직 “교육만이 다음 세대의 성공을 보장하는 유일한 구원”이라는 간절한 신념 하나로 고된 노동을 감내해간다. 부모의 헌신 속에서 보, DH, 미도 삼 남매는 성장하고, ‘학원’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미래를 개척해나가기 시작한다.
대륙을 넘나드는 시련 속에서 ‘학원’은 사교육 기관이라는 경계를 깨고 한인 이민자들의 생존과 야망, 애환이 얽힌 삶의 터전으로 거듭난다. 작가는 작품에도 한국어 고유명사인 ‘학원Hagwon’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낯선 땅에 정착한 이주민들이 이식해낸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을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외부에서는 ‘학원’을 한국인의 교육에 대한 집착과 과도한 경쟁이 낳은 ‘아동학대 기관’으로 폄훼하기도 하지만(“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학원’이란 아이들이 놀고 운동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몽상할 시간을 앗아가는 아동학대 기관쯤으로 생각했다. …사교육이 빈곤층이나 중산층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중상층을 재생산하고 사회 불평등을 고착화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1권 101쪽), 타국에서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한인들에게 학원은 아이들의 명문대 진학을 돕는 공간이자 일하는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는 안식처이며, 백인 중심 사회의 구조적 장벽과 이방인으로서의 불안에 맞닥뜨린 이들에게 동일한 결핍과 열망을 공유하는 한인 공동체의 단단한 ‘문화적 울타리’가 된다.
이처럼 ‘아메리칸 학원’은 문자 그대로 미국 내 한인 사교육 기관을 가리킴과 동시에 험난한 타향살이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한인 디아스포라의 끈질긴 생명력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나아가 작품은 학교, 교회, 식당, 네일숍, 그리고 학원으로 이어지는 삶의 현장을 통해 교육이라는 열망 뒤에 놓인 외로움과 불안, 돌봄과 노동, 사랑과 희생의 무게를 생생하게 드러내며 『파친코』를 잇는 또 하나의 거대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대서사를 완성해냈다.

“학원은 단지 시험공부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저는 한국의 학원 시스템이야말로 계층 간의 사다리, 워킹맘들의 아이를 돌봐주는 안식처, 임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 등 우리 사회의 아주 다양한 단면과 양극화가 응축된 해석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한국인들이 왜 이토록 교육에 열성이며 삶을 향해 이토록 치열하게 나아가는지, 이 거대한 열망에 담긴 보편적 인간성을 작품을 통해 전 세계가 깊이 이해해주기를 바랍니다.”-작가 인터뷰에서

조지 엘리엇의 전통을 잇는 19세기풍 사회소설의 정수…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일구어낸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대서사

거대한 역사의 물결에 휩쓸린 평범한 개인을 집요하고도 따뜻하게 복원해내는 이민진의 문학적 뿌리는 조지 엘리엇과 제인 오스틴, 앤서니 트롤럽으로 이어지는 19세기 영국 사회소설의 전통에 닿아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과 에피소드 중심의 구성을 취해온 작가는 공동체와 제도의 변화 속에서 개인의 운명을 조망한다.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를 둘러싼 이웃과 그들이 주고받는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아메리칸 학원』은 이러한 문학적 신념 위에 정교하게 축조되었다. 작가는 고씨 가족의 이동을 중심에 두면서도 세 도시에서 이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서로의 삶을 바꾸어놓는 수많은 인물에게 고르게 시선을 건넨다. 개인의 선택은 결코 고립된 채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족과 이웃, 노동과 제도, 계급과 역사의 촘촘한 관계망 속에서 생성되고, 다시 공동체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고씨 가족의 굴곡진 궤적에는 한 가족의 추락과 재기의 과정뿐 아니라 1990년대 초 대치동 학원가의 형성과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의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시린 단면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배움의 결실은 더 지혜로워지는 데 있다”
지식의 높이가 아닌 지혜의 깊이로 꿰어낸 우리 시대의 이야기

“저는 소설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꽤 명확해졌을 때, 수많은 작업 끝에 비로소 첫 문장에 도달합니다. 제게 첫 문장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문’입니다. “삶의 규칙은 이미 바뀌었다”라는 문장은, 우리의 동의나 인지 없이 변화가 일어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적응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또한 이 주제문은 엄청난 변화의 속도와 거대한 힘으로 인해 현대인들이 느끼는 깊은 불안감과 무력감을 짚어내고 있습니다.”-작가 인터뷰에서

“삶의 규칙은 이미 바뀌었다.” 『아메리칸 학원』을 여는 이 강렬한 첫 문장은 인간 운명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이 작품의 주제문이다. 소설은 안정적이던 고씨 가족의 삶을 무너뜨린 시련을 시작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지점에서 막을 내린다. 이처럼 인물들이 의지해온 삶의 규칙은 크고 작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끊임없이 파쇄된다.
그러나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 작품이 제시하는 응답은 체념이 아니다. 소설은 예측 불가능한 시대일수록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삶을 재건할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며 ‘참된 교육’의 가치를 묻는다. 1부의 문을 여는 미국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인용구, “교육의 역설은 이러하다. 교육을 통해 자각이 시작되면 자신을 교육하는 사회를 따져보게 된다”는 문장은 이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철학은 작중 ‘아메리칸 학원’의 설립자인 라이언의 연설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는 자식의 성공만을 좇는 부모들을 향해, 교육이란 단지 세속적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아이들이 계급적·인종적 한계에 굴하지 않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서게끔 돕는 ‘인격적 완성의 과정’이자 한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깊은 사랑’임을 선언한다.
이 지점에서 작가는 ‘학원’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교육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문화와 사람들”을 뜻하는 거대한 은유로 확장한다. 작중 인물들이 배움을 얻는 곳은 결코 학교나 입시 제도 안 만이 아니다. 이들은 이주와 노동, 차별과 실패, 사랑과 배신이라는 삶의 질곡을 겪어내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비로소 깨닫는다. 저마다의 속도로 삶을 정직하게 채워가는 이들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멈추지 않는 배움이 건네는 깊은 위로와 희망을 마주하게 된다.
나아가 이들의 고군분투는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현대인 모두의 삶으로 가닿는다. 작가는 “디아스포라는 이제 전 세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현대적 조건”이라며,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진 오늘날 그 인과를 집요하게 탐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결국 『아메리칸 학원』은 거대한 디아스포라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끌어안고 지혜로운 삶이라는 배움을 이어가야 하는지 묻는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서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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