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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소설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으로 한국에 알려진 저자 태 켈러는 본인을 1/4 한국인이라고 칭한다.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그 결과로 1/4 한국인이라 정의 내린다. 어린시절 할머니(Halmoni)로부터 한국의 많은 구전설화를 들으며 자란 그는 이번 소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에 전면으로 한국 설화 '해님과 달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는다.
주인공 릴리와 그의 가족은 아픈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이주한다. 아직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 환상을 믿을 수 있는 나이의 릴리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호랑이와 신경전을 벌인다. 소중한 할머니를 낫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말은 비록 환상일지라도 릴리의 마음을 흔든다.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가족 간의 이별, 그로 인한 슬픔 등을 새로이 마주한다.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에 갇히기 싫어하는 샘과 자신을 투명 인간이고 전형적인 '조아여'라고 여기는 릴리. 한국적인 전통을 고수하는 이민자 밑에서 자라 정체성 고민을 겪었던 2세대 엄마. 낯선 땅 미국에서 자신의 고향을 지키고자 했던 1세대 할머니. 긴 세월을 아우르는 이민자 여성들의 '자기 찾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태 켈러 (Tae Keller)
호놀룰루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보라색 잡곡밥과 스팸 무스비를 먹고 할머니(halmoni)의 호랑이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랐다.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을 썼고,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으로 뉴베리상을 탔다. 시애틀에서 살고 있다. ‘태’(Tae)라는 이름은 할머니의 이름 ‘태임’에서 첫 글자를 따 지었다. 매월 발행하는 태 켈러의 영문 러브레터를 받으려면 이 주소로 가면 된다.bit.ly/lovetae
저자 태 켈러의 말
내가 어릴 때 할머니(halmoni)께서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여동생과 나는 할머니와 함께 침대에 누워 귀신과 호랑이가 나오는 할머니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럴 때면 우리의 세상은 마법으로 가득 찼다. 정말이지 우리 방 바깥에서 호랑이 소리가 나고, 날카로운 호랑이 발톱이 나무 바닥을 쓰르륵 쓰르륵 긁었다. 문 밑으로 호랑이 그림자가 스몄다.
그런 밤들에 나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앞 세대의 한국 여자들과 연결된 기분을 느꼈다. 그들의 이야기가 여전히 내 핏속에 살고 있다는 기분을 말이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때만큼은 나는 부분적인 백인도, 부분적인 아시아인도, 4분의 1 한국인도, 혼혈도 아니었다. 그저 완전한 나였다. 뼛속에서부터 그것을 느꼈다. (…)
내게 그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필요함을 깨닫게 된 것은 대학 재학 기간 후반, 누군가가 내게 한국인이냐고 물었을 때였다.
“4분의 1만 한국인”이라고 나는 대답했다. 하자마자 잘못된 대답이라 느꼈다. 한국인이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퍽 단순하게도, 그렇다고 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내 피를 부분 부분으로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나뉘지 않은 완전한 내가 되고 싶어서, 나는 다시 그 이야기들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