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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꿈》은 등장부터 화려했다. 2002년 미국의 문예지 《파리 리뷰》에서 그해 발표된 최고의 단편소설에 주어지는 아가칸상, 이듬해에는 영어권 최고의 단편소설로 평가받으며 오헨리상을 차례로 거머쥐었다. 2011년, 원서 기준 120여 쪽 짧은 분량의 단행본으로 정식 출간된 후에는 2012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데니스 존슨의 작품은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으나 그해 퓰리처상은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았다.
이 책을 향한 찬사는 지난 20년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2019년, 미국의 문학 웹사이트 리터러리 허브는 이 책을 “21세 가장 완벽한 짧은 소설”이라 평가했고, ‘지난 10년간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뽑았다. 2024년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가운데 데니스 존슨의 작품은 두 권이었다. 하나는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연기의 나무》,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책 《기차의 꿈》이다.
존슨은 이 소설에서 자신의 문학 세계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증류해 냈다. 《예수의 아들》에서 보여준 상처 입고 구멍 난 자들의 목소리, 《연기의 나무》에서 파고든 구원과 절망의 경계, 그 모든 것이 《기차의 꿈》 안에 응축되어 있다. 화려한 서사 대신 절제된 문장으로, 극적인 드라마 대신 조용한 응시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다. 고난을 겪고도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통해 삶의 부조리, 상실의 고통, 치유와 극복의 서사를 엮어 보이며 인간 존재의 숭고함을 그린다.
사랑하는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었을 때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문명에 묶이지 않은 영혼이자,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을 겪고
홀로 극기하며 살아간 한 인간의 꿈같은 초상.
_리터러리 허브
주인공 로버트 그레이니어와 그가 사랑하는 아내 글래디스와 딸 케이트. 그들은 아이다호 숲속 작은 집에서 함께 살았다. 그레이니어는 벌목 현장에서 일하며 나무를 베고 날랐고, 철도 부설 공사에도 참여했다. 집에 돌아오면 아내와 딸이 그를 맞았다. 평범한 일상이었고, 행복한 삶이었다. 1917년 여름, 불행은 불현듯 찾아왔다. 산불은 계곡 전체를 집어삼켰다. 불길은 빠르게 번졌고, 그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모두 타버린 뒤였다. 글래디스도, 케이트도 보이지 않았다. 행복은 연기처럼 사라졌고, 회색빛 재만 남았다.
그레이니어는 다시 숲속으로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그곳에서 혼자 머문다. 거대한 드라마는 없었다. 극적인 반전도, 갑작스러운 행운도, 뒤늦게 찾아온 위안도 없었다. 그의 하루는 아주 작은 장면들로 채워졌다. 도끼질하는 소리, 불타는 냄새, 강물 흐르는 소리. 그 묵묵한 일상은 말하는 듯하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슬픔은 다스릴 수 없지만, 타고 남은 잿더미 속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들이 어쩌면 또 다른 페이지의 시작이라고.
“이 짧은 분량에 이토록 엄청난 시간의 주름을 담는 것이 가능한가?”
단 140쪽에 삶이라는 거대한 파노라마를 응축한 문학의 결정체
한때는 그토록 아름답고 찬란한 것들이
어떻게 그리도 쉽게 사라져 버릴 수 있는지.
이 책은 그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나직한 추임새로 말을 건넨다.
_정여울(작가, 《데미안 프로젝트》 저자)
《기차의 꿈》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기묘한 감각을 느낀다. 고작 140쪽 분량의 짧은 소설을 읽었을 뿐인데 긴 여정을 마친 것 같은 느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었을 뿐인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경험. 이 책을 독자들보다 한 걸음 먼저 읽은 정여울 작가는, 이 얇고 작은 책에 “삶이라는 거대한 파노라마”가 모두 담겨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이렇게 묻는다. “정말 이렇게 짧은 장면 안에 이토록 엄청난 시간의 주름을, 슬픔의 깊이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140쪽의 정말 짧은 소설인데 짧다는 생각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우리가 살아왔던 삶, 우리가 미처 살지 못한 삶까지도 모조리 깃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_정여울 작가의 ‘추천의 말’ 중에서
어쩌면 이 소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일을 하고, 슬픔을 품은 채로 내일을 맞이하며, 무너진 마음을 안고서 다시 일어서는 것. 그레이니어를 떠올리게 하는 그 모든 순간은 사실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소설은 왜 살아야 하느냐고 묻거나 답하지 않는다. 대신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는’ 한 사람을 보여준다. 그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삶이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는 하루들의 연속이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시간 속에 그 답이 있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