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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를 멈춘 적 없는 시적 신체의 최전선(이광호) 시인 김혜순의 신작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가 난다의 시집 시리즈 난다시편 첫 권으로 출간된다.
3년 만에 발표하는 이번 신작은 독일 국제문학상 수상 이후 선보이는 그의 열다섯번째 시집으로서 미발표작 시 65편을 8부로 구성해 싣고 시인 김혜순의 편지와 대표작 시 1편을 영문으로 번역해 수록했다. 고통으로 가득차서 시를 쓰던 김혜순 시인은 어느 순간 찬물을 몸에 끼얹듯 다른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씻어줄 물이 필요하다고. 캄캄하고 캄캄하고 캄캄했던 어둠에서 이 시들은 그를 직립하게 한 끈, 혹은 슬픔으로 팽팽한 철사였다. 그를 찾아오는 리듬과 멜로디, 고통과 아픔은 정말 새것이다. 시인은 발 없는 명랑한 귀신이 되어 편한 마음으로 찾아오는 리듬을 받아 적고, 작은 폭포처럼 떨어지는 말들을 적었다. 이 시들을 만나지 못했으면 죽음이 얼굴에 드리운 험한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시인은 말한다. 이 시들을 쓰면서 고통도 슬픔도 비극도 유쾌한 그릇에 담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이 시집이 바로 웃음의 그릇에 담았던 그 다른 시들이다(「김혜순의 편지」).
시인은 어느 건물 로비에서 커다란 어항 같은 화면에 처음 보는 생물이 하나 일렁이는 걸 본다. 깊은 바다 속에서 온갖 색깔을 뽐내며 혼자 표표히 고독하게 싱크로나이즈드하는 긴 촉수들을 만지는 듯한 감동. 그날 밤 시인은 그 심해의 존재에 살포시 기대고 누워 있었다. 그 존재의 명패에는 Sea Anemone가 적혀 있었고, 그다음 이 시집이 탄생했다(시인의 말).
출판사 난다의 새로운 시집 시리즈 난다시편. 시를 모아 묶어 ‘시편(詩篇)’, 시인의 ‘편지(便紙)’로 대미를 장식함에 이리 칭한다. 모든 것이 시의 대상이자 모든 말이 시의 언어로 발산될 수 있다는 그 정신과 감각으로 다양함과 무한함과 극대화를 추구한다. 캐치프레이즈는 “시가 난다winged poems”이다. 날기 위해 버려야 할 무거움과 가져야 할 가벼움을 생각한다. 날개 없이도 우리들 몸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사랑처럼 희망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마음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하여 해설 없이 발문 없이 온전히 시인의 목소리만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을 빚는다. 한 편의 시를 최적격의 역자와 함께 영어로 번역해 시집 끝에 싣는다. 그렇게 난다는 무한한 가능성의 말, 여기 우리들 시를 거기 우리들 시로 언어적 경계를 넘는 또하나의 재미를 꿈꾼다. 난다시편은 두 가지 형태의 만듦새로 기획했다. 일반 시집 외에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이라 할 미니 에디션 ‘더 쏙’을 함께 선보인다. ‘난다’라는 말에 착안하여 디자인한 이 휴대용 시집은 어디서든 꺼내 아무 페이지든 펼쳐 읽기 좋다. 한정판 아트북을 염두하여 수작업을 거친 ‘더 쏙’은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다.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건강하게 지저귀는 난다시편의 큰 새와 작은 새가 언제 어디서나 힘찬 날갯짓으로 여러분에게 날아들기를 바라며.
내 몸에서 내 몸이 돋아나올 때
내 몸이 세상 전체일 때
이게 어느 순간의 일인지
네가 정말 알아챘으면 좋겠어
나는 명랑한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_「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부분
•난다시편을 시작하며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