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 Overview
할리우드 호텔방에 울려 퍼지는 색소폰,
베네치아 광장을 메운 첼로까지
음악이 흐르는, 사랑과 세월에 관한 이야기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음악과 인생에 관한 사랑스러운 소설!
시간의 추이와, 그 여행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날아오르는 음표들에 관한 사랑스럽고도 영리한 작품. -《인디펜던트》
이 이야기들 속에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과묵함과 치밀한 내적 자기 억제가 잘 드러나 있다. -《텔레그라프》
노벨 문학상, 부커상 수상 작가이자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대표적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단편소설집 『녹턴』이 전면적 번역 개정과 새로운 표지로 재출간되었다.
음악을 문학 속으로 끌어들여 절묘하게 녹여 낸 이 작품은, 크루너 가수가 부르는 나직한 세레나데부터 할리우드의 호텔 방에 울려 퍼지는 색소폰, 베네치아의 광장을 메운 첼로의 「대부」 테마곡까지 음악이 흐르는, 사랑과 세월에 관한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다섯 악장으로 이루어진 음악 작품처럼 통합적으로 구상”(《옵서버》)된 이 작품은 무엇보다 음악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인생에 대한 성찰이 빛을 발한다.
젊은 시절 한때 싱어송라이터를 꿈꾸었던 이시구로의 정체성이 내밀하게 투영된 이 책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젊은 날의 희망이 차츰 멀어질 때 음악과 인생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이들의 애잔한 삶을 부드럽고 정교하게 그려 낸다.
다작을 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단 하나의 작품으로 명성을 떨치는 작가도 있다. 그렇다면 장편소설 6편과 소설 1편을 써 낸 50대 중반의 이시구로는 어느 쪽에 속하는 작가일까?
2009년 이시구로는 《가디언》과의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기 전에 써야 할 책의 숫자를 헤아릴 때가 있다.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제 네 권 정도만 더 쓰면 되겠군.” 당시 7번째 작품인 이 소설을 막 발표했던 작가 입장에서 보면, 그는 평생 작품을 10여 권만 발표할 생각이고, 이미 절반 이상을 이룬 것이다. 이시구로는 한 작품 한 작품 필생의 업으로 여기며 타이핑을 했을 것이고,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출간될 때마다 평단과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왔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그의 작품들에는 몇 가지 일관된 점이 있다. 제1,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에서 추리소설, SF까지 그의 작품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지만, 장르 자체가 주는 특성들은 약한 편이다. 그보다는 인간 존재 자체에 주목하고 인간의 삶의 방식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으로 작품 전반에 음악이 흐른다.
젊은 시절 첫 소설을 발표하기 전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몇 군데 데모 테이프를 보내기도 했다는 이시구로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를 보내지 마』에서는 가상의 팝가수의 카세트테이프 「네버 렛 미 고」가 작품을 이끌어 가는 주요 모티프이고,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음악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들도 모두 부드럽고 정교하게 흘러가다가 책을 덮을 때쯤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잔잔한 클래식과도 같은 힘이 있다.
하지만 끊이지 않고 음악이 흐르고, 어빙 벌린, 콜 포터, 사라 본 등 수많은 작곡가와 가수들이 언급되는 이번 소설에는 이시구로의 음악에 대한 넓은 식견과 애정이 그대로 묻어 있다. 무엇보다 각 이야기의 내레이터가 모두 음악가이거나 음악을 좋아하는 남자라는 점으로 볼 때, 이 소설이야말로 작가의 정체성을 가장 내밀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비가 오나 해가 뜨나 54
몰번힐스 126
녹턴 177
첼리스트 263
옮긴이의 말 313
저자소개
가즈오 이시구로 Kazuo Ishiguro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이 되던 1960년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다. 켄트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일본을 배경으로 전후의 상처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어 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해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1986년 일본인 예술가의 회고담을 그린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로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고, 부커 상 후보에 올랐다. 1989년 『남아 있는 나날』을 발표해 부커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어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1995년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로 첼트넘 상을 받았고 2005년 『나를 보내지 마』를 발표해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으며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등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황혼에 대한 다섯 단편을 모은 『녹턴』(2009)까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잘 녹여 낸 작품들로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예술문예훈장을 받았으며, 2008년 《타임스》가 선정한 ‘1945년 이후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50인’에 선정되었다. 2017년 “소설의 위대한 정서적 힘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고, 그 환상적 감각 아래 묻힌 심연을 발굴해 온 작가.”라는 평과 함께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2021년 노벨 문학상 수상 후 첫 장편 소설 『클라라와 태양』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