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 Overview
책소개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김영하의 본격 여행 산문
『오래 준비해온 대답』은 소설가 김영하가 10여년 전 시칠리아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생생히 담아낸 책이다. 2009년 첫 출간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를 새로운 장정과 제목으로 복복서가에서 다시 선보인다. 이번 개정 작업을 통해 작가는 문장과 내용을 가다듬고 여행 당시 찍은 사진들을 풍성하게 수록하였다. 초판에는 실려 있지 않은 꼭지도 새로 추가하여 읽는 재미를 더했다.
2007년 가을, 지금은 장수 여행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EBS 〈세계테마기행〉의 런칭을 준비하던 제작진이 작가 김영하를 찾아왔다. 그들이 작가에게 어떤 곳을 여행하고 싶냐고 물어보았을 때, 김영하는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칠리아라고 답한다. 당시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던 작가는 그들과 함께 시칠리아를 다녀온 후, 교수직을 사직하고 서울의 모든 것을 정리한 뒤 다섯 달 만에 아내와 함께 다시 시칠리아로 떠난다. 그것은 밴쿠버와 뉴욕으로 이어지는 장장 2년 반의 방랑의 시작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도착한 시칠리아에서 그는 왜 그곳이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떠올랐는지 깨닫는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다정하게 다가와 도와주고는 사라지는 따뜻한 사람들, 누구도 허둥대지 않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 장엄한 유적과 지중해. 그곳에서 작가는 자신을 작가로 만들었던 과거를 떠올리고(“어두운 병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과거의 빛나는 편린들과 마주하는 고고학적 탐사”),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기 안의 ‘어린 예술가’도 다시 만난다.
2007년 가을, 지금은 장수 여행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EBS 〈세계테마기행〉의 런칭을 준비하던 제작진이 작가 김영하를 찾아왔다. 그들이 작가에게 어떤 곳을 여행하고 싶냐고 물어보았을 때, 김영하는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칠리아라고 답한다. 당시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던 작가는 그들과 함께 시칠리아를 다녀온 후, 교수직을 사직하고 서울의 모든 것을 정리한 뒤 다섯 달 만에 아내와 함께 다시 시칠리아로 떠난다. 그것은 밴쿠버와 뉴욕으로 이어지는 장장 2년 반의 방랑의 시작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도착한 시칠리아에서 그는 왜 그곳이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떠올랐는지 깨닫는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다정하게 다가와 도와주고는 사라지는 따뜻한 사람들, 누구도 허둥대지 않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 장엄한 유적과 지중해. 그곳에서 작가는 자신을 작가로 만들었던 과거를 떠올리고(“어두운 병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과거의 빛나는 편린들과 마주하는 고고학적 탐사”),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기 안의 ‘어린 예술가’도 다시 만난다.
출판사 리뷰
스마트폰이 없이 떠난 마지막 여행
그들이 여행을 떠난 것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직전인 2008년이다. 구글맵도, 트립어드바이저도, 호텔스닷컴도 없던 시절. 그들은 공중전화로 호텔을 예약해야 했고, 종이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야 했다. 미로 같은 골목들이 즐비한 이탈리아의 도시들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었고, 날씨도 정확히 알기 어려워 비를 맞고 다녀야 했다. 이탈리아의 기차들은 “시간표에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고 싶을 때” 떠났을 뿐 아니라 예고도 없이 툭하면 취소되곤 했다. 이탈리아어를 몰라 ‘Soppresso(취소)’를 ‘Espresso(특급)’로 착각해 플랫폼에서 취소된 기차를 한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시칠리아섬으로 넘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이 고생스러운 여정 속에서도 “시칠리아가 바다 건너 섬이라는 것을 확실하고도 분명하게, 그것도 몸으로 알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이 없는 대신 여행자는 자신의 감각과 직관에 의존해 낯선 곳에서의 삶을 헤쳐나간다. 책의 갈피갈피마다 작가가 충만한 감각으로 만난 시칠리아의 맛, 풍광, 촉감, 냄새로 가득하다.
아침 여덟시 반이면 동네의 빵집으로 빵을 사러 나간다. 빵집은 일분 거리에 있고 빵집으로 가는 길에는 한집안 형제자매들이 하는 과일가게가 있다. 늘 빵을 사러 떠나지만 올 때는 과일까지 사서 돌아오게 된다. 아내와 내가 먹는 빵은 아무리 비싸도 1유로를 넘지 않는데 유명한 시칠리아의 밀로 만들어서인지 대단히 맛이 있다. 햇볕으로 단련된 과육들이 농익은 냄새를 풍기는 과일가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곳의 과일가게들은 색의 배열에 상당히 섬세하게 신경을 쓰는 눈치다. 붉고 노란 오렌지, 연두색과 자주색의 포도, 붉은 딸기 같은 것들이 길바닥에 나와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아침은 빵 몇 개와 커피, 과일로 끝내고 다시 일을 하거나 산책을 나간다.
중요한 모든 것은 비토리오에마누엘레 거리에 있다. 주로 이탈리아어로 쓰인 책을 팔지만 간혹 영어판 도서와 외국신문도 파는 서점, 작은 슈퍼마켓, 우체국과 은행지점, 과일과 야채 가게, 카페와 레스토랑, 빵집과 옷가게, 안경점과 교회가 이 거리에 있다. 이 모든 게 걸어서 오 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모여 있었다.
_본문 75쪽
노토를 떠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묻는다. 왜 노토 사람들은 그토록 먹는 문제에 진지해진 것일까. 혹시 그것은 그들이 삼백 년 전의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하라의 열풍이 불어오는 뜨거운 광장에서 달콤한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먹는 즐거움을 왜 훗날로 미뤄야 한단 말인가? 죽음이 내일 방문을 노크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_본문 247쪽
그들이 여행을 떠난 것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직전인 2008년이다. 구글맵도, 트립어드바이저도, 호텔스닷컴도 없던 시절. 그들은 공중전화로 호텔을 예약해야 했고, 종이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야 했다. 미로 같은 골목들이 즐비한 이탈리아의 도시들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었고, 날씨도 정확히 알기 어려워 비를 맞고 다녀야 했다. 이탈리아의 기차들은 “시간표에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고 싶을 때” 떠났을 뿐 아니라 예고도 없이 툭하면 취소되곤 했다. 이탈리아어를 몰라 ‘Soppresso(취소)’를 ‘Espresso(특급)’로 착각해 플랫폼에서 취소된 기차를 한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시칠리아섬으로 넘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이 고생스러운 여정 속에서도 “시칠리아가 바다 건너 섬이라는 것을 확실하고도 분명하게, 그것도 몸으로 알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이 없는 대신 여행자는 자신의 감각과 직관에 의존해 낯선 곳에서의 삶을 헤쳐나간다. 책의 갈피갈피마다 작가가 충만한 감각으로 만난 시칠리아의 맛, 풍광, 촉감, 냄새로 가득하다.
아침 여덟시 반이면 동네의 빵집으로 빵을 사러 나간다. 빵집은 일분 거리에 있고 빵집으로 가는 길에는 한집안 형제자매들이 하는 과일가게가 있다. 늘 빵을 사러 떠나지만 올 때는 과일까지 사서 돌아오게 된다. 아내와 내가 먹는 빵은 아무리 비싸도 1유로를 넘지 않는데 유명한 시칠리아의 밀로 만들어서인지 대단히 맛이 있다. 햇볕으로 단련된 과육들이 농익은 냄새를 풍기는 과일가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곳의 과일가게들은 색의 배열에 상당히 섬세하게 신경을 쓰는 눈치다. 붉고 노란 오렌지, 연두색과 자주색의 포도, 붉은 딸기 같은 것들이 길바닥에 나와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아침은 빵 몇 개와 커피, 과일로 끝내고 다시 일을 하거나 산책을 나간다.
중요한 모든 것은 비토리오에마누엘레 거리에 있다. 주로 이탈리아어로 쓰인 책을 팔지만 간혹 영어판 도서와 외국신문도 파는 서점, 작은 슈퍼마켓, 우체국과 은행지점, 과일과 야채 가게, 카페와 레스토랑, 빵집과 옷가게, 안경점과 교회가 이 거리에 있다. 이 모든 게 걸어서 오 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모여 있었다.
_본문 75쪽
노토를 떠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묻는다. 왜 노토 사람들은 그토록 먹는 문제에 진지해진 것일까. 혹시 그것은 그들이 삼백 년 전의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하라의 열풍이 불어오는 뜨거운 광장에서 달콤한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먹는 즐거움을 왜 훗날로 미뤄야 한단 말인가? 죽음이 내일 방문을 노크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_본문 247쪽
목차
Prologue 언젠가 시칠리아에서 길을 잃을 당신에게
내 안의 어린 예술가는 어디로
첫 만남
소프레소, 에스프레소
리파리
지중해식 생존요리법
리파리 스쿠터 일주
리파리 떠나던 날
향수
메두사의 바다, 대부의 땅
아퀘돌치해변의 사자
천공의 성, 에리체
빛이 작살처럼 내리꽂힌다는 것은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신전
죽은 신들의 사회
Epilogue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내 안의 어린 예술가는 어디로
첫 만남
소프레소, 에스프레소
리파리
지중해식 생존요리법
리파리 스쿠터 일주
리파리 떠나던 날
향수
메두사의 바다, 대부의 땅
아퀘돌치해변의 사자
천공의 성, 에리체
빛이 작살처럼 내리꽂힌다는 것은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신전
죽은 신들의 사회
Epilogue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저자 소개
김영하소설가. 장편소설로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빛의 제국』 『검은 꽃』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소설집으로 『오직 두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호출』이 있다. 여행에 관한 산문 『여행의 이유』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냈고 산문집으로 『보다』 『말하다』 『읽다』의 합본인 『다다다』 등이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여행, 요리, 그림 그리기와 정원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