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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현역 감독 김성근 에세이
야구의 신, 흔히 ‘야신’이라 불리는 국내 최장수 야구감독 김성근이 60여 년의 야구 인생을 한 권의 책에 정리했다. 지독하게 가난한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나 공조차 없어 돌멩이를 던지며 투구 연습을 하던 선수 시절, 매번 약팀을 맡아 오직 승리만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감독 시절 그리고 프로에서 한 발짝 물러나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최강몬스터즈’의 감독으로서 야구의 발전과 선수 육성에 전념하고 있는 지금, 인생의 제3막까지를 모두 다루고 있다.
조국조차 ‘쪽발이’라고 조롱하는 재일교포로, 몸이 망가져 전성기가 금세 끝나버린 ‘못 쓰는 투수’로, 꼴찌를 거듭하는 약팀의 지도자로……. 단 한 순간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 없이 ‘벼랑 끝 인생’을 살았다고 회고하는 감독은 젊은 시절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뿐이었다고 말한다. 혈혈단신 홀로 선 한국에서 믿을 것은 오로지 야구밖에 없었기에 야구로 이겨야 한다는 것 외엔 생에 그 어떤 목적도 없었다. 그러나 가혹한 펑고에도 이를 악물고 운동장에서 함께 뛰고, 시합에서 함께 울고 웃는 제자들을 보며 김성근에게도 새로운 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선수들을 키워줘야 한다’는 진정한 리더의 의식을 품게 된 것이다.
80세가 넘은 지금도 김성근은 매일 아침 야구장에 가고, 직접 펑고를 쳐주고, 문제가 있는 선수를 발견하면 함께 고민하고 밤을 새워 각종 야구 책을 뒤지며 머리를 싸맨다. 가족들도, 지인들도 그 나이에 그렇게 고생하지 말라며 만류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김성근에게 야구로 고민하는 시간은 ‘이렇게 고치면 달라질까?’, ‘그 방법을 쓰면 좋아질까?’ 하며 제자의 희망 찬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설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성근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수히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겪을지라도 도전하는 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 마침내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의 인생이, 그가 가르친 제자들이 그것을 증명했다. 단 한 번이 아니라 매 순간을 그토록 절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인생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