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Gangster grandmother in hospital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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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71174508
Autor/저자:
양유진
Publisher/출판사:
21세기북스
Publication Date/출판일:
2024.03.20
Page /쪽수:
256

Product Overview

"루푸스라는 친절한 친구는 내 인생의 모든 중요한 순간에 타격을 주었다."
생사의 갈림길을 성큼 넘어온, 양유진의 씩씩하고 유쾌한 투병담

조금 더 심각한 표정을 지었을 법도 한데, 마음속에 오래 담아온 투병 이야기를 꺼내며 이 책의 저자 ‘빵먹다살찐떡’ 양유진은 털털하게 말문을 연다. 중학교 3학년에 갑자기 난치병이 찾아왔을 때 “이참에 매일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보자”라고 생각했다고 말이다. 나를 보호해야 할 면역 체계가 오히려 나를 공격해 전신에서 염증반응이 나타나는 위험한 난치병 ‘루푸스’는 다행히 생존율이 90%가 넘지만, 갑작스레 위험한 증상이 발현되는 질병이다.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다 황달부터 발진 등 갑작스러운 증상이 일상을 멈춰 세운다. 혈소판 감소증이 동반해 가벼운 출혈에도 위험하고, 류마티스관절염이나 광과민성증후군까지 따라다닌다.

지금까지도 일상을 위협하는 증상을 겪으며 어린 나이부터 생사를 오가는 위급한 입원 생활을 넘겨왔으면서도 저자는 의연하고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루푸스는 내게 친절한 친구 같았다고.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난치병이 어떻게 ‘친절한 친구’ 같을 수 있었을까? 한창 즐거워야 할 청소년기에 입원실에서 몇 주를 입원하고, 바깥 생활을 하기 어려워 방 안에만 머물러야 했던 날들이 버티기 쉬웠을 리는 없다. 유튜브 ‘빵먹다살찐떡’의 영상을 챙겨보는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자신의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 덕분이었다고 저자는 너스레를 떨기도 하지만, 이 책에는 저자가 어떻게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투병 생활을 긍정적으로 이겨냈는지를 귀띔하는 진솔한 이야기로 빼곡하다. 투병을 버티게 했던 것은 바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넌지시 가르쳐준 수많은 사람이었다.

병을 겪는 동안 새로 마주했던 이들의 위로와 배려, 자신보다 훨씬 심각한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굳세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를 저자는 온몸을 통해 느끼고 배워나갔다. “아프기 싫은 사춘기 소녀의 마음과 엄마의 사랑이 쾅쾅 부딪”쳤던 예민한 어린 시절부터, 저자는 점차 사랑과 긍정의 힘을 깨닫기 시작했다. 온통 아픈 자신에게만 신경이 쏠려 있을 법한 시간, 저자는 타인에게서 삶을 깨끗하게 배우고 담백하게 소화하며 자신의 병을 점차 이겨냈다. 사람을 통해 배우고 사람을 향해 나아갔던 지난 투병의 기록이 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다.

고층 항암 병동의 갱스터 할머니
병실 커튼 너머로 배운, 굳건하고 의연한 삶의 자세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라는 터프한 책의 제목에는, 타인으로부터 배운 씩씩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집약되어 있다. 대학교 1학년, 갑작스러운 복부 출혈로 응급 수술을 받고 고위험 환자들이 입원한 항암 병동에서 깨어나 만나게 된 어느 할머니를 저자는 ‘갱스터 할머니’라고 몰래 기억한다. 항암 병동의 환자 중에서도 가장 증상이 많았던 ‘갱스터 할머니’는 “얼핏 초라해 보이지만 왠지 모를 단단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었고, 누구보다 강인했다. “사람들이 번거로울까 봐 애써 도움을 거절”하고, “주변 사람들이 못되게 굴어도 내 사람이라고 여기”며, “아픔과 고통을 끌어안고도 묵묵히 견뎌”냈다. 어쩌면 투박한 ‘갱스터’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뜨거운 의지로 자신의 삶을 ‘쿨하게’ 버텨내는 자세일 것이다.

어떤 원망도 후회도 없이 그저 자신이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며 스스로의 삶을 지켜나가는 ‘갱스터 할머니’와의 만남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중요한 계기였다. “항암 병동의 한 병실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저자는, 이제 세상 사람들이 각각으로 살아가는 모양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조금 더 홀가분하게 살 수 있게 돕고자 다짐한다. 어쩌면 저자가 마주한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는, 앞으로 난치병과 함께 살아갈 저자의 쿨하고도 씩씩한 미래를 품은 동시에, 묵묵히 자신의 생을 견디며 주변 사람을 보듬는 삶의 모양 그 자체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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