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 Overview
책소개
20세기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 문학의 정수!
단단한 번역, 꼼꼼한 편집과 디자인으로 새롭게 읽는「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제3권 『풀베개』.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인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소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집 가운데 세 번째 작품으로 1906년 《신쇼세쓰》에 발표되었던 《풀베개》를 선정하였다. 메이지 유신 이후 40년간의 문명과 예술에 대한 거대한 비판서로 평생 저자가 문제로 삼았던 동서 비교문명론 및 근대적 삶과 예술의 문제에 대한 사고를 모두 담고 있다.
저자의 지속되는 긴장과 신경쇠약이 질적 전환에 이른 시기에 창작된 작품으로 서양에 견주기, 대등해지기라는 명제를 예술의 영역에서 시험한다. 문명에 지쳐 있고, 세상 어딜 가도 살기 좋은 장소는 없으리라는 각오와 단념에 익숙한 서양화가 ‘나’는 나코이로 여행을 떠난다. 나코이의 온천장에 이른 ‘나’는 인정을 넘어서 있는 듯한 강렬한 개성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여인 나미에게 압도당한다. 나코이에서의 감흥을 한시, 하이쿠, 또 예술론으로 피력해가던 ‘나’는 어쩐 일인지 그림은 한 장도 그리지 못하는데…….
저자의 지속되는 긴장과 신경쇠약이 질적 전환에 이른 시기에 창작된 작품으로 서양에 견주기, 대등해지기라는 명제를 예술의 영역에서 시험한다. 문명에 지쳐 있고, 세상 어딜 가도 살기 좋은 장소는 없으리라는 각오와 단념에 익숙한 서양화가 ‘나’는 나코이로 여행을 떠난다. 나코이의 온천장에 이른 ‘나’는 인정을 넘어서 있는 듯한 강렬한 개성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여인 나미에게 압도당한다. 나코이에서의 감흥을 한시, 하이쿠, 또 예술론으로 피력해가던 ‘나’는 어쩐 일인지 그림은 한 장도 그리지 못하는데…….
출판사 리뷰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
천년의 문학가 나쓰메 소세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그들과 우리 사이의 100년은 어디로 갔을까
귀뚜라미 소리에 젖어드는 가을, 소세키를 읽는다
2016년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기념 완역 정본
국내 최초 장편소설 전집 1차분 출간
“그 우울한 청춘의 시대, 옆에서 늘 속삭이듯 말을 걸어준 것은 나쓰메 소세키였습니다”
자유를 구가하고 독립을 주장하며 자아를 내세우는 풍요로운 사회에서 왜 이렇게 다들 고독한가. 부모자식, 부부, 친척, 친구, 연인, 사제……인간관계 안에 숨어 있는 에고이즘과 고독,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을 그려낸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 봐도 선구적인 작가임에 틀림없다.
_ 강상중(세이가쿠인 대학교수, 도쿄대 명예교수)
■ 처음 만나는 ‘고양이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016년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전집을 차례로 펴냅니다. 단단한 번역, 꼼꼼한 편집과 디자인으로 새롭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은 깊숙한 재미와 진진한 삶의 관찰로 가득합니다. 소설을 읽고 쓰는 까닭을 기껍게 체험하게 할 ‘고민하는 힘’ 속으로,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의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 ‘소설이 없던 시절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근현대 일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20세기의 대문호, 일본의 셰익스피어 등으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1984년에서 2004년까지 1천 엔권 지폐에 그의 초상이 사용되었고, 이와나미쇼텐에서 1907년 소세키 전집이 간행된 이후 시대를 달리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여러 출판사에서 대표작에 치우쳐 중복 출간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출간되는 소세키 소설 전집은 12년 동안 집중적으로 써내려간 소세키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며 ‘지금의 번역’으로 만날 수 있는 국내 첫 전집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풀베개』, 『태풍』 네 권을 시작으로, 우리 교과서에 실려 널리 알려진 작품뿐 아니라 소세키의 연보에서도 가끔 빠져 있는 숨어 있던 소설까지 온전히 담았다. 소세키는 길지 않은 창작 기간 동안 한시, 하이쿠, 수필,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작품을 썼다. 그 작품 각각이 개성 있게 분출하는 분위기, 내용에 따른 문체 변주의 독특함 등 소세키의 작품을 고전이라 일컬음에 이론은 없을 것이다.
“필요 없는 문장은 단 한 줄도 없다”며 소세키의 문체를 생생한 우리말로 잘 살린 송태욱의 꼼꼼한 번역에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을 완역한 노재명의 소세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해져, ‘우리 시대 소세키 번역’으로 거듭났다. 또한 소세키의 작품을 온전히 풀어놓으며 지금 여기에 되살리는 작업은 송태욱(『고양이』 외 11권)·노재명(『태풍』 및 『그 후』)의 라이프워크이기도 하다.
나쓰메 소세키의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부터 위궤양과 신경쇠약으로 고통 받으며 마지막까지 써내려간 『명암』까지, 총 14권의 장편소설을 선보일 예정이며 완간은 2015년이다.
■ 나쓰메 소세키가 100년 전에 움켜쥐고 고민한 지금도 유효한 물음
나쓰메 소세키라고 하면 한국 독자들에게는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문학과 학문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하고자 천착한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이며 곰곰이 생각해볼 인생의 화두가 된다. 나쓰메 소세키는 위통을 평생 앓았고 신경쇠약, 두통에 시달렸다. 무표정이나 신경질적인 표정의 얼굴이 남아 있는 사진의 전부지만 그의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엄숙한 얼굴로 인간을 파고들다 어이없이 터져버리는 웃음이고 재미다. 곧 삶, 사랑, 고독, 죽음, 사회 등등의 보편적 문제들은 일본이라는 공간을 넘고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이에 역자와 출판사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을 펴내면서, 일본 문학 전공자가 역사적·사회적 배경과 연계해서 공부하며 읽는 ‘탐구의 대상’ 소세키뿐 아니라 100여 년 동안 수없이 많은 독자가 가슴속에 간직한 ‘살아 있는’ 소세키를 읽을 수 있도록 고심했다.
국내 첫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각 권 말미에 우리 문학가들의 ‘소세키 독후감’이다. 시인 장석주가 읽은 “고양이”의 고군분투, 소설가 백가흠이 말하는 우리 시대의 『도련님』, 문학평론가 황호덕이 꼽은 『풀베개』의 연민,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찾은 『태풍』의 문학론.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그들만의 소세키를 ‘해설 아닌 해설’의 자유로운 형식으로 담아 한국 독자들의 소세키 읽기에 즐거움을 더했다.
몽롱한 꿈속 같다. 산길을 걷는 주인공이 현실에 가까울까, 배를 타고 출정하는 젊은이가 더 현실에 가까울까. 대륙으로 출정하는 젊은이의 풍경이 이렇게 낭만적이어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아직 꿈속에 있는 건 아닌지. 현실을 만나려면 작품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건지. 하지만 주인공에게는 오직 ‘나미’에 대한 관심밖에 없는 것 같다. (…) 한시나 그림나부랭이는 그저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의 ‘폼’일 뿐, 그래서 소세키가 좋아진다.
_ 「옮긴이의 말」 중에서
풀베개는 비교의 망령을 떠나 진정 어디에도 없는 예술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만 했던 베껴진 독립선언으로 읽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지 않고 소세키의 문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난센스일지 모른다.
_ 「해설」 중에서, 황호덕(문학평론가)
이지(理智)만을 따지면 타인과 충돌한다. 타인에게만 마음을 쓰면 자신의 발목이 잡힌다. 자신의 의지만 주장하면 옹색해진다. 여하튼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 옮겨 갈 수도 없는 세상이 살기 힘들다면, 살기 힘든 곳을 어느 정도 편하게 만들어 짧은 순간만이라도 짧은 목숨이 살기 좋게 해야 한다. 이에 시인이라는 천직이 생기고, 화가라는 사명이 주어지는 것이다. 예술을 하는 모든 이는 인간 세상을 느긋하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까닭에 소중하다.
_ 본문 중에서
그림 속 한 편의 하이쿠 같은 소설
‘나’는 길을 떠난다.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려고. 인정(人情)에서 떠나 비인정(非人情)을 찾아 자연으로 떠난다. 화가인 ‘나’는 세상에서 고립된 채 작품에 몰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 풀을 베개 삼아 눕는 나그네 길을 걷는다. 그러다 고독이 밀려들면 인정을 찾아 마을로 향한다. 가만히 맷돌을 돌리는 할머니의 옆모습, 아름다운 여인의 멱 감는 모습, 비듬이 풀풀 날리도록 손톱으로 머리를 박박 긁어대는 허풍쟁이 이발사, 바람과 함께 달리는 맹랑한 꼬마 중, 인정 많은 스님과 밤의 산비둘기 그리고 전쟁의 비인정. ‘나’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감들은 여간해서 그림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나’는 ‘나미’라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여성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림은 여전히 그려지지 않는다. 예술가가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겪는 불통(不通)의 여정과 당돌하지만 고독한 ‘나미’의 인간관계 속 소통 불가가 만나 끝내는 한 수의 시가 되고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그리고 한 편의 하이쿠 같은 소설이 된다.
■ 『풀베개』는 1906년, 《신쇼세쓰》에 발표되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을 막 끝낸 후, 자신의 예술론을 집약한 이 작품을 선보인다. 평생 그가 문제로 삼았던 동서 비교문명론 및 근대적 삶과 예술의 문제에 대한 사고가 집약된 일종의 예술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천년의 문학가 나쓰메 소세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그들과 우리 사이의 100년은 어디로 갔을까
귀뚜라미 소리에 젖어드는 가을, 소세키를 읽는다
2016년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기념 완역 정본
국내 최초 장편소설 전집 1차분 출간
“그 우울한 청춘의 시대, 옆에서 늘 속삭이듯 말을 걸어준 것은 나쓰메 소세키였습니다”
자유를 구가하고 독립을 주장하며 자아를 내세우는 풍요로운 사회에서 왜 이렇게 다들 고독한가. 부모자식, 부부, 친척, 친구, 연인, 사제……인간관계 안에 숨어 있는 에고이즘과 고독,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을 그려낸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 봐도 선구적인 작가임에 틀림없다.
_ 강상중(세이가쿠인 대학교수, 도쿄대 명예교수)
■ 처음 만나는 ‘고양이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016년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전집을 차례로 펴냅니다. 단단한 번역, 꼼꼼한 편집과 디자인으로 새롭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은 깊숙한 재미와 진진한 삶의 관찰로 가득합니다. 소설을 읽고 쓰는 까닭을 기껍게 체험하게 할 ‘고민하는 힘’ 속으로,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의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 ‘소설이 없던 시절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근현대 일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20세기의 대문호, 일본의 셰익스피어 등으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1984년에서 2004년까지 1천 엔권 지폐에 그의 초상이 사용되었고, 이와나미쇼텐에서 1907년 소세키 전집이 간행된 이후 시대를 달리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여러 출판사에서 대표작에 치우쳐 중복 출간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출간되는 소세키 소설 전집은 12년 동안 집중적으로 써내려간 소세키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며 ‘지금의 번역’으로 만날 수 있는 국내 첫 전집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풀베개』, 『태풍』 네 권을 시작으로, 우리 교과서에 실려 널리 알려진 작품뿐 아니라 소세키의 연보에서도 가끔 빠져 있는 숨어 있던 소설까지 온전히 담았다. 소세키는 길지 않은 창작 기간 동안 한시, 하이쿠, 수필,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작품을 썼다. 그 작품 각각이 개성 있게 분출하는 분위기, 내용에 따른 문체 변주의 독특함 등 소세키의 작품을 고전이라 일컬음에 이론은 없을 것이다.
“필요 없는 문장은 단 한 줄도 없다”며 소세키의 문체를 생생한 우리말로 잘 살린 송태욱의 꼼꼼한 번역에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을 완역한 노재명의 소세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해져, ‘우리 시대 소세키 번역’으로 거듭났다. 또한 소세키의 작품을 온전히 풀어놓으며 지금 여기에 되살리는 작업은 송태욱(『고양이』 외 11권)·노재명(『태풍』 및 『그 후』)의 라이프워크이기도 하다.
나쓰메 소세키의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부터 위궤양과 신경쇠약으로 고통 받으며 마지막까지 써내려간 『명암』까지, 총 14권의 장편소설을 선보일 예정이며 완간은 2015년이다.
■ 나쓰메 소세키가 100년 전에 움켜쥐고 고민한 지금도 유효한 물음
나쓰메 소세키라고 하면 한국 독자들에게는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문학과 학문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하고자 천착한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이며 곰곰이 생각해볼 인생의 화두가 된다. 나쓰메 소세키는 위통을 평생 앓았고 신경쇠약, 두통에 시달렸다. 무표정이나 신경질적인 표정의 얼굴이 남아 있는 사진의 전부지만 그의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엄숙한 얼굴로 인간을 파고들다 어이없이 터져버리는 웃음이고 재미다. 곧 삶, 사랑, 고독, 죽음, 사회 등등의 보편적 문제들은 일본이라는 공간을 넘고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이에 역자와 출판사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을 펴내면서, 일본 문학 전공자가 역사적·사회적 배경과 연계해서 공부하며 읽는 ‘탐구의 대상’ 소세키뿐 아니라 100여 년 동안 수없이 많은 독자가 가슴속에 간직한 ‘살아 있는’ 소세키를 읽을 수 있도록 고심했다.
국내 첫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각 권 말미에 우리 문학가들의 ‘소세키 독후감’이다. 시인 장석주가 읽은 “고양이”의 고군분투, 소설가 백가흠이 말하는 우리 시대의 『도련님』, 문학평론가 황호덕이 꼽은 『풀베개』의 연민,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찾은 『태풍』의 문학론.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그들만의 소세키를 ‘해설 아닌 해설’의 자유로운 형식으로 담아 한국 독자들의 소세키 읽기에 즐거움을 더했다.
몽롱한 꿈속 같다. 산길을 걷는 주인공이 현실에 가까울까, 배를 타고 출정하는 젊은이가 더 현실에 가까울까. 대륙으로 출정하는 젊은이의 풍경이 이렇게 낭만적이어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아직 꿈속에 있는 건 아닌지. 현실을 만나려면 작품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건지. 하지만 주인공에게는 오직 ‘나미’에 대한 관심밖에 없는 것 같다. (…) 한시나 그림나부랭이는 그저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의 ‘폼’일 뿐, 그래서 소세키가 좋아진다.
_ 「옮긴이의 말」 중에서
풀베개는 비교의 망령을 떠나 진정 어디에도 없는 예술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만 했던 베껴진 독립선언으로 읽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지 않고 소세키의 문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난센스일지 모른다.
_ 「해설」 중에서, 황호덕(문학평론가)
이지(理智)만을 따지면 타인과 충돌한다. 타인에게만 마음을 쓰면 자신의 발목이 잡힌다. 자신의 의지만 주장하면 옹색해진다. 여하튼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 옮겨 갈 수도 없는 세상이 살기 힘들다면, 살기 힘든 곳을 어느 정도 편하게 만들어 짧은 순간만이라도 짧은 목숨이 살기 좋게 해야 한다. 이에 시인이라는 천직이 생기고, 화가라는 사명이 주어지는 것이다. 예술을 하는 모든 이는 인간 세상을 느긋하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까닭에 소중하다.
_ 본문 중에서
그림 속 한 편의 하이쿠 같은 소설
‘나’는 길을 떠난다.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려고. 인정(人情)에서 떠나 비인정(非人情)을 찾아 자연으로 떠난다. 화가인 ‘나’는 세상에서 고립된 채 작품에 몰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 풀을 베개 삼아 눕는 나그네 길을 걷는다. 그러다 고독이 밀려들면 인정을 찾아 마을로 향한다. 가만히 맷돌을 돌리는 할머니의 옆모습, 아름다운 여인의 멱 감는 모습, 비듬이 풀풀 날리도록 손톱으로 머리를 박박 긁어대는 허풍쟁이 이발사, 바람과 함께 달리는 맹랑한 꼬마 중, 인정 많은 스님과 밤의 산비둘기 그리고 전쟁의 비인정. ‘나’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감들은 여간해서 그림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나’는 ‘나미’라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여성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림은 여전히 그려지지 않는다. 예술가가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겪는 불통(不通)의 여정과 당돌하지만 고독한 ‘나미’의 인간관계 속 소통 불가가 만나 끝내는 한 수의 시가 되고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그리고 한 편의 하이쿠 같은 소설이 된다.
■ 『풀베개』는 1906년, 《신쇼세쓰》에 발표되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을 막 끝낸 후, 자신의 예술론을 집약한 이 작품을 선보인다. 평생 그가 문제로 삼았던 동서 비교문명론 및 근대적 삶과 예술의 문제에 대한 사고가 집약된 일종의 예술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목차
풀베개 15
해설_ 『풀베개』 무렵의 소세키, 비교의 망령 혹은 잔여| 황호덕 186
나쓰메 소세키 연보 199
해설_ 『풀베개』 무렵의 소세키, 비교의 망령 혹은 잔여| 황호덕 186
나쓰메 소세키 연보 199
저자소개
저자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는 도쿄제국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1900년 일본 문부성 제1회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2년 동안 영국에서 유학을 했다. 1903년 귀국 후 제1고등학교, 도쿄제국대학 강사로 활동하다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가 호평을 받으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1907년 교직을 그만두고 아사히 신문사에 입사하여 전속 작가로 활동한다. 1916년 지병인 위궤양이 악화되어 내출혈로 49세에 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