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 Overview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자면 먼저 운명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인간에게는 과연 그의 삶을 지배하는 초자연적인 힘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자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운명은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아직도 답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정해진 대로 살아왔다는 자각이다. 하늘을 날던 파일럿이 세상살이를 따라 뛰어다녀야 하는 신문기자가 된 것도, 그 뒤에 다시 땅을 가는 농부가 된 것도 다 운명이란 말이 아니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운명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를 되돌아봐도 그렇다. 돈키호테, 사무라이, 불도저, 도꼬다이 등 내 별명에서도 단서를 찾아볼 수 있듯이 생각을 깊게 하지 않고 행동부터 밀어붙이는 그 돌격대 성격이 늘 위험한 지경에 빠지게 했다. 잘 되면 장점도 될 수 있지만 때로는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남긴다.
----- ‘자서 - 운명을 넘어서’ 중
김호길 시인의 시들과 이번에 발간되는 자서전을 통하여 독자들은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 분단, 전쟁, 그리고 재건을 거치면서 어렵게 빚어진 한국 현대사를 다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유심히 살펴 보아야 할 것은 김호길 시인의 삶과 꿈, 그 자체임에 틀림없다. 누구보다도 용감하고 도전적인 모습으로 자신만의 꿈을 좇아 살아온 한 시인이 이제 자서전을 완성하였다. 김호길 시인의 시집들과 자서전을 나란히 펼치고 그의 시와 삶과 꿈들을 다시 그려볼 일이다. 흔들리면서도 멈춘 적 없이 앞으로 나아간 삶, 그리고 그 원대했던 꿈이 무지개 색깔로 펼쳐질 것이다. 그처럼 환한 빛무리 속에 묵묵히 걷고 있는 한 인생이 독자의 눈앞에 선명한 윤곽으로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