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죽던 날 [거장의 클래식 4] The Day the sun d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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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9093057
Condition:
New
저자/Author:
옌롄커, 김태성 옮김
출판사/Publisher:
글항아리
출판일/Publication Date:
2024.10.18
쪽수/Page:
520

Product Overview

악몽에 사로잡힌 마을의 하룻밤 이야기
신화의 거대함과 속도감, 놀라운 은유……
밤과 죽음, 꿈과 현실 사이를 우아하고 뛰어난 실험정신으로 가로지르다

 

어둡고 불길한 밤, 하루 동안 벌어지는 꿈같은 이야기

이 책은 하룻밤 동안 한 마을이 악몽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다. 건조하고 무더운 6월 6일 오후 5시에 시작되어 검은 밤을 통과한 뒤 해 뜰 시각인 이튿날 아침 6시에 끝난다. 하지만 제목이 암시하듯 그다음 날 해는 제시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시간대별로 권과 절이 촘촘히 나뉘다가 마지막 9, 10, 11권에 이르러서는 시곗바늘이 계속 06:00에 멈춰 있는 이유다.
세계적 거장인 옌롄커는 종종 작품에서 꿈을 활용해왔지만, 마을 사람들이 집단 몽유에 빠지는 『해가 죽던 날』은 그 기법에 있어 가장 독특한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홍루몽상을 받으며 “마술적 리얼리즘의 색채가 강하다”는 심사평을 받은 것이나, 서구권 평론가들이 제임스 조이스나 후안 룰포의 작품에 견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차례는 1권에서 11권으로 구성되며, 각 권의 제목은 ‘들새들이 사람의 뇌 속으로 들어간’ 데서 시작해 뇌 안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부화시키고, 어지럽게 날다가 뇌 속에서 죽거나 마침내 비상하는 것으로 끝난다. 작가는 몽유를 ‘들새가 사람 머릿속으로 들어가 어지럽히며, 꿈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거나 혹은 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화자는 열네 살 소년 녠녠으로, 약간 모자라다. 녠녠이 푸녠산맥 꼭대기에 올라가 온갖 신과 정령께 무릎 꿇고 비는 내용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특이하게도 옌롄커는 소설에서 작중인물로 자신을 등장시키는데, 소년은 이웃에 사는 작가인 옌롄커의 글재주가 다했으니 문학적 영감이 “한 차례 또 한 차례 비처럼 그의 몸 위에 뿌려지기를” 간청한다. 또한 하늘의 먹과 하늘의 종이를 내려주어 그가 『사람의 밤』이란 소설을 써내게 도와달라고 기도한다.
이야기의 서막을 열고 종막을 닫는 주인공은 녠녠의 아버지 리톈바오다. 6월 6일 저녁, 마을 주민이 하나둘 꿈속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이내 전염병처럼 번져 대규모 몽유가 벌어진다. 꿈속에 머무는 사람들은 본능과 욕망을 좇아 현실에서 도둑질과 강간을 일삼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깨어 있는 사람은 녠녠과 그의 아버지뿐이다. 이 두 사람만이 마을을 구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잠깐 시계를 거꾸로 되돌려보자. 현재 쉰 살인 리톈바오는 스물두 살 때 마을의 무덤들이 파헤쳐져 시신을 화장시키고 유골을 잿가루로 만드는 데 첩자 노릇을 한 적이 있다. 오늘 밤의 악몽은 28년 전 그 일과 무관하지 않다.
리톈바오와 함께 모든 상황을 목격할 뿐 아니라 작중 내레이터가 되는 녠녠은 어린아이인 까닭에 피곤함이 없고, 따라서 몽유에 빠지지도 않는다. 그 밤 욕망의 세계에서 옌롄커가 어린애를 목격자로 내세운 것은 이야기를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소년은 어수룩하고 순진해 세상을 투명하게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녠녠은 키가 150센티미터도 안 되는 아버지의 한 많은 삶, 필력이 다해 작품 집필을 못 하는 옌롄커의 초조함, 절뚝발이 엄마의 애환을 함께하며, 그들을 돕다가 마침내 신들에게도 매달리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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