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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그 개와 혁명」은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인 아버지와 2020년대 페미니스트 청년 세대인 딸이 의기투합하여 함께 ‘개판’을 도모하는 광경을 그린다. 두 세대가 함께 도모하는 프로젝트의 무대는 다름 아닌 아버지 ‘태수 씨’의 장례식장이다. 딱딱한 제도의 공간이었던 장례식장은 부녀의 합심으로 강아지가 마구 뛰어다니는 활력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행위는 한 세대가 꿈꾸던 ‘혁명’의 가치를 계승하고 진화시키는 행위로 탈바꿈한다.
젊은 시절 “화염병을 던지고 공장에 위장 취업을 하고 삐라를 뿌리던” 태수 씨는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자신의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가사노동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의 딸 수민은 NL과 PD가 무엇인지조차 모르지만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만은 미적지근할지언정 분명히 지닌, “환경 운동이니 페미 운동이니 그런 배지들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요즘 여자들”이다. 사뭇 다른 ‘혁명’을 꿈꾸는 듯 보이는 두 사람에게는 그러나 함께 일을 도모할 ‘동지’가 되기에 충분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과, “모든 일에 훼방을 놓고야 마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그것이다.
나도 태수 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태수 씨는 내 말을 듣자마자 그러냐, 했다. 그러더니 내가 어떤 사람인데, 되물었다.
“모든 일에 훼방을 놓고야 마는 사람.”
_「그 개와 혁명」에서
신수정 문학평론가는 이 작품을 두고 “아버지 세대의 어이없는 편향을 향한 딸 세대의 반격이자 풍자인 한편, 그들의 유지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과 사랑의 고백”이라 평하면서, 풍자와 사랑의 동시적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덧붙였다. 은희경 소설가는 “포용적이면서도 혁명적이다, 라는 형용모순의 성립”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평했으며,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서로를 이해하는 동시에 각자의 ‘혁명’을 완수한다는 점에서 지금 가장 갈급하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작품임을 짚었다.
예소연 작가는 “한 세대의 종료에 대해서라기보다 그들로부터 계승된 것이 무얼까에 대한 생각”을 줄곧 해왔다며, “우리의 삶에 좀 더 유연함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 수상자와 심사위원의 심층 대담 진행 - 6편의 인터뷰 전문 수록
2025년 제48회부터는 이상문학상의 새로운 전통이 시작된다. 수상자 6인과 심사위원 6인의 심층 대담을 진행하고, 그 인터뷰 여섯 편의 전문을 작품집에 수록하는 것이 그것이다. 심사위원과 수상 작가가 마주 앉아 작품에 관해 주고받은 대화를 수록함으로써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한층 풍성한 구성이 되었다.
예소연 작가와의 대담은 예심위원 박혜진 문학평론가가 진행했다. 대상 수상작 「그 개와 혁명」의 집필 의도 및 작업 비화, 세대 간 관계 구도를 바라보는 관점과 이 작품이 현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의 독자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건네는지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나눈 대화 전문이 이번 작품집에 담겼다.
우수상 수상 작가 5인과의 대담 또한 예심을 맡은 문학평론가가 진행하였다. 「일렉트릭 픽션」의 김기태 작가와는 선우은실 문학평론가가, 「허리케인 나이트」의 문지혁 작가와는 심완선 문학평론가가, 「리틀 프라이드」의 서장원 작가와는 오은교 문학평론가가,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의 정기현 작가와는 소유정 문학평론가가, 「구아나」의 최민우 작가와는 전기화 문학평론가가 대화를 나눴다.
■ 대상 수상자 예소연의 문학적 자서전과 2025년 신작 단편소설 함께 수록
매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 작가가 문학인으로서 자신의 생을 간략히 톺아보는 에세이인 ‘문학적 자서전’이 수록된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이상문학상 작품집 고유의 구성이다. 올해는 예소연 작가의 문학적 자서전 「돌풍을 견디며 나아간 그곳에」가 수록됐다.
대상 수상 작가의 자선작으로는 예소연 작가가 2025년 새로 발표한 소설 「마음 깊은 숨」이 수록되었다. 한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기억과 마음의 조각들을 들여다보는 이 소설은 SF적인 설정이 가미되어 「그 개와 혁명」과는 또 다른 예소연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 48년간 한국 현대문학사의 흐름을 대변해온 국내 대표 문학상
이상문학상은 기존의 규격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문학의 새로운 길을 열어젖혔던 작가 이상(李箱, 1910~1937)의 문학 정신과 성취,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77년 제정되었다. 국내에 한 해 동안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 중 가장 빼어난 작품을 선정하여 매년 표창을 진행한다.
제1회 수상자 김승옥부터 이청준, 박완서, 양귀자, 은희경, 한강, 김연수, 김영하, 김애란, 그리고 2025년 올해의 수상자 예소연에 이르기까지, 역대 수상자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현대소설사의 윤곽이 그려질 만큼 이상문학상의 역사는 곧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또한 대상 수상작과 우수작을 함께 수록하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한국 현대소설의 지형과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로 평가받고 있다.
■ 제48회 이상문학상 예심 과정
예심에서는 박혜진, 선우은실, 소유정, 심완선, 오은교, 전기화 등 6인의 문학평론가가 심사를 맡았다. 예심위원들은 웹진을 포함한 국내 주요 문예지에 2024년 1월부터 12월까지 발표된 약 30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두루 살폈다. 모든 예심위원이 각자 모든 후보작을 살피는 중복 심사의 방식이었으며, 오직 작품성만을 심사 기준으로 삼는다는 대원칙하에 2024년 발표작이라면 그 어떠한 배제의 조건을 달지 않고 모두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이상문학상 대상 기수상작가의 작품과 이미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도 심사 대상에 포함되었다. 단, 본심 심사를 맡은 작가의 작품은 공정성을 위하여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예심 결과 총 30편의 작품이 본심에 진출하였다.
■ 제48회 이상문학상 본심 과정
본심에서는 은희경(운영위원 겸임), 김경욱, 최진영 등 3인의 소설가와 김형중, 신수정 등 2인의 문학평론가가 심사를 맡았다. 본심위원들은 2025년 1월 한자리에 모여 토론의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먼저 30편의 본심 진출작 가운데 6편의 입상작을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긴 시간의 논의와 토론 끝에 6편의 작품을 어렵사리 선정한 데 반해, 그중에서 대상 수상작 1편을 결정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예소연의 「그 개와 혁명」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5인의 심사위원 전원이 흔쾌히 동의함으로써 제48회 이상문학상 심사가 모두 완료되었다.
■ 2025년 유일한 심사 기준은 ‘작품성’… “그해 최고의 작품인가?”에 초점
제48회 이상문학상은 후보작에 그 어떠한 제한 조건을 두지 않고 2024년 한 해 동안 국내에 발표된 중·단편소설 300여 편을 모두 대등한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 본심 심사를 맡은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 선정의 기준은 오로지 그 ‘작품성’뿐이었다. 적어도 다섯 명의 (본심) 심사위원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 합의할 수 있을 정도의 작품성 말이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이상문학상 기수상자의 작품들도 심사 대상에 포함되었고, 2024년에 이미 다른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도 굳이 제외하지 않았다. 이미 다른 앤솔러지에 실렸거나 단행본으로 묶인 작품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