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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됨에서 비롯되는 마음들
불합리한 세계 속에서도 근거 없이 지속되는 사랑
황인찬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서정
“예술적인 다양한 방법론을 지워버리는 방법론을 지닌 희귀한 시인”(김행숙)이라는 평과 함께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로 한국 시단에 새로운 언어를 선물한 황인찬. 이후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등을 통해 그 누구와도 다른 감각으로 한국 시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된 황인찬의 신작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시들이 전부 미쳤구나 싶게 근사하다”(황인숙)라는 평을 이끌어낼 만큼 탁월한 감각으로 빛나는 현대문학상 수상작 「이미지 사진」을 포함해 6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일상적 제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화詩化하는 황인찬은 우리 주변에 놓인 사물이나 사건들을 보고 섣불리 안다고 말하지 않고, 쉽사리 단정하지 않은 채, 그 모르겠는 것들에 신중하게 하나둘 이름을 부여하(기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시를 써나간다. 그는 ‘이게 내 마음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라고 말한다. ‘사랑이다’라고 말하는 대신에 그는 “그걸 사랑이라 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도 없겠습니다”(「없는 저녁」)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빛의 언어로 충만한 황인찬의 시에는 명백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아름답지 않지 않은 역설적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그의 시는 전승민 평론가의 말처럼 “사실상 그것이 품고 있는 서정을 내파하는 시인의 메타적인 자의식과 재현이 침투된 ‘새로운 서정시’”(해설에서)라 할 만하다. 시를 읽는 우리는 황인찬이 그려 보이는 세계의 모습을 보며 자주 혼란에 빠질 것이다. 마치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놀라는 순간에도// 그 여름은 뭐였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인화」)는 시인처럼, 우리 또한 그의 시에서 느낀 아름다움은, 그리고 마음들은 무엇이었을지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함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함/ 학교를 안 갔어/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 밝은 방/ 이미지 사진/ 그 해 구하기/ 인간의 기쁨/ 마음/ 받아쓰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데스 드랍/ 무령/ 흰 배처럼 텅 비어/ 산비둘기/ 고요의 풍속은 영/ 인화/ 장미는 눈도 없이/ 공자의 겨울 산/ 내가 노래를 관둬도/ 미래 빌리기
2부 당신 영혼의 소실
빛의 용사 전설/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당신 영혼의 소실/ 발명/ 단속과 정복/ 잃어버린 정신을 찾아서/ 음애/ 우주 세기의 돌돌이/ 봄의 반/ 개완/ 퇴적해안/ 호프는 독일어지만 호프집은 한국어다/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나/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거두지도 않고/ 철거비계/ 금과 은/ 드워핑/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증오/ 하해/ 미술관에 갔어/ 중계/ 할머니가 나오는 꿈/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3부 당신의 어둠이 당신의 존재와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지는군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바지를 입은 사람은 바지를 입고 떠난다/ 벽해/ 공원을 떠났어/ 겨울빛/ 흐리고 흰 빛 아래 우리는 잠시/ 구자불성/ 명경지수/ 공리가 나오는 영화/ 자율주행의 시/ 외투는 모직 신발은 피혁/ 그릇 없어요/ 내가 아는 모든 것/ 없는 저녁/ 리스토어/ 믿음으로 하나 되어/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서/ 느린 사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