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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낭만적인 연애시도 여기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1947년 한 가난한 부부의 가슴아픈 죽음을 말하는 이반 볼랜드의 시에 부쳐 류시화는 "비극을 넘어 끝까지 사랑을 보듬은 이들 모두가 영웅이다."라는 글을 더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한 후>, "그래, 밀물은 하루에 두 번 차오르지." 라는 문장을 생각해 낸 찰스 레즈니코프의 시에 덧붙인 "그때 우리 영혼은 비상하고, 의지가 솟고, 짧은 시간이지만 가슴 뛰는 일에 몰입한다."라는 류시화의 문장을 보면 시에 사로잡힌 이의 마음에도 틀림없이 밀물이 차오를 것이다. 혹 '시가 그대에게 위로나 힘이 되지 않더라도' 기꺼이 '인생의 해변에서 시를 낭송'하고 싶은 이에게 류시화가 권하는 56편의 시.
두 사람 _라이너 쿤체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_잘랄루딘 루미
숨지 말 것 _에리히 프리트
봉오리 _골웨이 키넬
그렇게 못할 수도 _제인 케니언
공기, 빛, 시간, 공간 _찰스 부코스키
더 푸른 풀 _에린 핸슨
고독 _엘라 휠러 윌콕스
그 겨울의 일요일들 _로버트 헤이든
사랑받으려고 하지 말라 _앨리스 워커
원 _애드윈 마크햄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 _마샤 메데이로스
격리 _이반 볼랜드
동사 ‘부딪치다’ _요시노 히로시
천사와 나눈 대화 _윌리엄 블레이크
한 가지 기술 _엘리자베스 비숍
첫눈에 반한 사랑 _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나와 작은 새와 방울 _가네코 미스즈
같은 내면 _안나 스위르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한 후 _찰스 레즈니코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_존 애쉬베리
사막 _오르텅스 블루
절반의 생 _칼릴 지브란
사랑 이후의 사랑 _데렉 월컷
사라짐의 기술 _나오미 쉬하브 나이
역사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_베르톨트 브레히트
선택 _니키 지오바니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 _팻 슈나이더
모든 진리를 가지고 나에게 오지 말라 _올라브 하우게
방문 _H. M. 엔첸스베르거
생에 감사해 _메르데데스 소사
눈사람 _월러스 스티븐스
넓어지는 원 _라이너 마리아 릴케
꽃 피우는 직업 _드니스 레버토프
어머니는 최고의 요리사 _리아 마치오티 길란
잔디 깎는 기계 _필립 라킨
내가 사랑한다는 걸 몰랐던 것들 _나짐 히크메트
편집부에서 온 편지 _헤르만 헤세
자화상 _데이비드 화이트
사금 _호세 에밀리오 파체코
그는 떠났다 _데이비드 하킨스
블랙베리 따기 _셰이머스 히니
어떤 것을 알려면 _존 모피트
너무 많은 것들 _앨런 긴즈버그
사랑시 _로버트 블라이
왜 _야마오 산세이
모두 다 꽃 _하피즈
비 _레이먼드 카버
어떤 사람 _레이첼 리먼 필드
보나르의 나부 _레이먼드 카버
지구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_앨런 와츠
먼지가 되기보다는 재가 되리라 _잭 런던
층들 _스탠리 쿠니츠
위험 _엘리자베스 아펠
납치의 시 _니키 지오바니
시가 그대에게 위로나 힘이 되진 않겠지만
저자 소개
류시화 (본명:안재찬)
시인이자 명상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 1980~1982년까지 박덕규, 이문재, 하재봉 등과 함께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나 1983~1990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구도의 길을 떠났다. 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했다. 이때 『성자가 된 청소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티벳 사자의 서』, 『장자, 도를 말하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등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주요 서적 40여 권을 번역하였다. 1988년 '요가난다 명상센터' 등 미국 캘리포니아의 여러 명상센터를 체험하고, 『성자가 된 청소부』의 저자 바바 하리 다스와 만나게 된다. 1988년부터 열 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하며, 라즈니쉬 명상센터에서 생활해왔다.
그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1989년~1998년 동안 21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시인은 「시로 여는 세상」 2002년 여름호에서 대학생 5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인에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과 함께 이름을 올렸으며 명지대 김재윤 교수의 논문 설문조사에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 10위, 21세기 주목해야할 시인 1위, 평소에 좋아하는 시인으로는 윤동주시인 다음으로 지목된다. 저작권 협회의 집계 기준으로 류시화 시인의 시는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낭송되는 시로 손꼽히기도 한다.
류시화 시인의 작품은 문단과 문예지에도 외면을 당하기도 했는데 안재찬으로 활동했을 당시, 민중적이고 저항적 작품을 지향했던 당대의 문단과는 달리 신비주의적 세계관의 작품세계로 인해 문단으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외계인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적극적인 현실참여를 주장하고 있는 민중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당시의 문단에서 현실 도피의 소지를 제공한다며 비난을 받았으며 대중의 심리에 부응하고 세속적 욕망에 맞춰 작품이 창작되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인 이문재씨는 류시화의 시가 그 때나 지금이나 거의 변하지 않고 초기의 시세계를 유지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20여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을 지키며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큰 변화 못지 않은 견딤이라 평가하기도 하였다. 류시화의 시는 일상 언어들을 사용해 신비한 세계를 빚어내어, 걸림없이 마음에 걸어들어오면서 결코 쉽고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무게로 삶을 잡아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낯익음 속에 감추어져 있는 낯설음의 세계를 재발견하는 시세계를 한껏 선사해왔다.
그의 대표작인『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서는 한층 깊어진 눈빛을 지닌 시세계가 곱씹히고 곱씹힌다. 류시화는 가타 명상센터, 제주도 서귀포 등에서 지내며 네팔, 티벳, 스리랑카, 인도 등을 여행하며 그가 꿈꿔왔던 자유의 본질 그리고 꺠달음에 관한 사색과 명상들이 가득한 산문집을 내기도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실소를 자아내는 일화들 속에서, 그렇지만 그냥 흘려버리기엔 너무 무거운 이야기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르침을 전해준다.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을 냈으며,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엮었다.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를 펴냈으며, 하이쿠 모음집 『한 줄도 너무 길다』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바쇼 하이쿠 선집』과 인디언 연설문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엮었다. 번역서 『인생 수업』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기탄잘리』 『예언자』 등이 있다. 2017년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등을 출간했다.